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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런데 책상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책상이라는 사물이 눈앞에 없더라도 같은 이미지가 항상 떠오릅니다. 이는 책상에 대한 인상을 고정시켜서 말로 표현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사물을 그와 같이 보게 되는 힘, 곧 종자가 책상이라는 영상을 동일불변의 실체로 보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상의 실제는 만남의 조건에 따른 변화이지만, 말의 영상은 늘 일정하게 됩니다. 책상의 변화가 언어로서의 고정된 이미지인 책상이라는 틀에 의해서 얽매이게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책상이라는말이 책상으로부터 파생된 것 같지만, 책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책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명언종자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구조 속에 놓여 있는 것이지요. 우리들의 생각이 현실을 떠나 있다는 것입니다. 말의 자성은 허망이요, 생각은 허상의 집합이요, 책상은 변화의 한 현상이 뿐입니다. (유식 30송 46)

2.
관계란 상호영향에 의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며, 개별의 보편성이 란 무엇에게도 영얗을 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영향을 받지 않는 보편은 고유한 특성을 지키면서 변하지 않는 고정된 실체로서 의의 자기 한정에 의한 인식틀을 제공하지만, 현재의 우리 삶이 보편적인 인식틀에 의해서 재해석되면서 관계의 장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의에 의해서 알게 되는 삶과 상호영향을 주면서 매순간 변하는 실제 우리의 삶은 서로 다릅니다.
혼자 이것저것 생각할 때는 제 6식의 의와 법의 관계만 있을 때입니다. 전5식의 장이 의에 의해서 법화되고 이 법화가 다시 의의 대상인 법이 될 뿐만 아니라 전5식의 장이 의에 의해서 법화되고 이 법화가 다시 의의 대상인 법이 될 뿐만 아니라 전 5식의 장과 관계없이 의 스스로가 자기의 대상인 법을 만들기도 합니다. (47)

3.
의가 스스로와 대상을 한정시켜 법을 이루고, 이 법이 다시 의의 내용이 되어 의의 한정을 이어가는데, 이를 명언종자라고 부릅니다. 또 의와 법의 관계에서 선악 등 구체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데, 이 활동에 의해서 상속되는 힘을 업종자라고 부릅니다. 제7식은 각각의 관계를 분별하여 독립시키고 고정시는 힘, 곧 의의 법화작용 가운데 자아을 인식의 주제자로 지운 것을 말합니다. 자아를 세우면 동시에 他를 세우게 되며, 이에 따라 자타가 서로 대립하게 됩니다.
제8식은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전체의 장'입니다. 각각의 식은 그 작용이 분명하거나 불분명하거나 모두 하나 된 장에서 일어나고 사라집니다. 매순간 전체의 식이 동시에 흐르면서 변해 가고 있습니다. 곧 순간순간 전체의 우리 삶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은 과거의 법화된 명언종자에 의해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분별된 현행인 아와 법이 뚜럿한 인상으로 떠오르는 것입니다. 아와 법은 단지 식의 분별에 의한 것일 뿐 그 자체로 실체를 갖는 것이 아닌 꿈과 같은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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