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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나무>

자리이타

T1000.0 2020. 5. 10. 12:38

1.

그런데 집단과 관련해 이타적인 영양의 행동은 영양이 자신의 환경과 (이 때 영양이 속한 집단은 이 환경의 일부를 이룬다) 구조적으로 접속된 결과로 실현된다. 이렇게 볼 때 이 행동은 또한 영양이 개체로서 적응을 보존한 결과다. 그러므로 영양이 자신의 특성을 집단 구성원으로서 실현하는 한, 그 행동에는 아무 모순도 없다. 자신과 집단의 구조 접속을 바탕으로 자기를 실현하는 이 영양은 이타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기주의자이자 이기적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타주의자인 셈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모든 것들은 인간 영역에도 적용된다. 물론 인간 영역에서는 인간의 사회작 접속의 양식인 언어의.특수성 때문에 변형되어 적용된다.

2.

영양 한마리가 뒤에 남아 다른 영양들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은 그것이 집단에겐 이익이 되겠지만 그 영양 자신에겐 꼭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어느 암컷 일개미가 생식은 못하면서 개미집의 모든 새끼들을 위해 열심히 먹이를 마련한다면, 이때도 이익을 얻는 것은 집단이지 그 개미 자신은 아니라고 말할지 모른다.

3.

마치 개체의 보존과 그 개체를 포괄하는 확장된 개체인 집단의 보존이 균형을 이루듯이 모든 일이 일어난다. 실제로 자연표류를 통해 개체적인 것과 집단적인 것 사이에 균형이 생긴다. 하지만 오직 유기체들이 구조접속을 통해 더 놓은 등급의 개체를 이루면서 (이 개체도 나름의 존재영역을 가진다) 그 개체의 보존을 자신의 보존이 지닌 역동성 안으로 끌어들이는 한에서 그렇다.

4.

동물행동학자들은 집단에 이로운 것으로 기술할 만한 행위를 가리켜 '이타적'인 것이라고 불러왔다. 이 개념은 윤리적 의미가 담긴, 인간 행동의 한 형태를 생각나게 한다. 그런가 하면 흔히 다윈의 관점은 결국 '정글의 법칙'과 다를 게 없으며, 그 법칙에 따라 모든 개체들은 저마다 이기적으로 인정사정 없는 경쟁과 다른 개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제 이익만 돌본다고 말한다.
동물의 삶을 이기적인 것으로 보는 이 관점은 두 가지 점에서 옳지 않다. 먼저 우리가 바라보는 자연의 역사는 뭔가 다른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곧 이타적인 것으로 기술할 만한 행동양식들이 거의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또 한 이유는 개인주의적 관점 없이 우리가 밝힌 기제들만으로도 동물들의 표류를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한 개체의 이익이 다른 개체의 손해를 바탕으로 한다고 보는 이 관점은 오히려 우리가 밝힌 기제들과 모순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살펴보았듯이 생명체는 (그것이 개체발생적인 자연표류를 하던 계통발생적인 표류를 하던) 경쟁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만나 적응을 보존하는 개체가 살아남는 것이다. 관찰자인 우리는 관찰대상의 수준을 바꿔 집단이라는 개체를 살필 수도 있는데, 이 개체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집단은 개체로서 지닌 역동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존재영역에서 적응을 보존한다.
집단을 개체로 볼 때 구성원들의 개별성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구성원들은 원칙적으로 대체 가능하며 바뀌더라도 똑같은 관계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성원인 생물들에게 개별성이란 바로 그것들의 존재조건이다. 사회적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현상계의 이 두 수준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뒤에 남은 영양의 행동은 집단의 보존과 관련된다. 다시 말해 이때 나타난 속성은 집단이 구성원들의 접속을 통해 개체로 존재하는 한에서만 영양을 특징짓는다.
(앎의 나무 224)

T.

[이기는 놈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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