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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연구

전쟁기계의 영유, 천재성

T1000.0 2019. 12. 29. 06:34

여기서 또 인상적인 것은 "특별히 지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금을 징수하지 말라"는 규정입니다. 이는 유목민의 정복이 제국의 정복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을 아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착민의 도시나 국가를 정복한 이상 그것들을 파괴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세금을 걷는 것ㅇ느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기에, 이런 조치는 어찌 보면 기이하고 미련한 것이으로까지 보입니다. 하지만 세금을 걷는다는 것은 대규모 스톡을 비축하는 첫걸음이고, 포획장치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조치지요. 다시 말해 세금을 걷는 것을 일반적인 과제로 설정하는 순간, 그들은 정착민의 세계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물론, 그들 스스로가 포획장치라는 새로운 배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의도가 무엇이든 제국적 국가장치를 구성하는 것으로 귀결되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수많은 국가장치를 지배하고, '영유'하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면서도 새로운 정착적 국가장치를 구성하지 않고 전쟁기계로 계속해서 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조치에 찬탄을 보내고 있습니다. "칭기스칸과 그의 후예들이 오랫동안 [자신들의 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정복된 [국가적] 제국에 부분적으로 통합되면서도 동시에 스텝 위에 매끄러운 공간을 유지하면서 제국의 중심을 거기에 종속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천재성, 팍스 몰골리카다."(천의고원2 204) 요컨대 칭기스칸과 그 후예들은 또 하나의 제국적 국가장치로 나아가지 않고 전쟁기계의 독자성을 유지하여 그것의 일차적이고 본성적인 목표를 유지하면서 수많은 국가장치들을 전쟁기계 아래 복속시키는 거대한 '유목제국'을 건설했다는 겁니다.
반면 몽골인의 후예를 자처했던 티무르의 경우는 "칭기스칸의 후예가 아니라 그 정반대였다"고 하지요.(천의고원2 204) 그는 유목민을 향하여 전쟁을 하는 환성적 전쟁기계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는 사실 국가장치가 전쟁기계를 영유하 후에나 가능한 일이지요). 이를 위해 더욱더 무겁고 비생산적인 국가장치를 세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국가장치란 역설적이게도 오직 전쟁기계를 영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텅 비 형식'이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천의고원2 204) 동일한 것은 아니어도 그루쎄 역시 티무르에 대해서는 칭기스칸의 몽골인과 근본적으로 달랐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노마디즘2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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