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과거 가섭불 시대에 이 산에 주석하여 살고 있었는데, 어는 날 한 학인이 '위대한 수행자도 인과에 떨어집니까?'고 묻길래,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답했다가 그 과보로 오백 생을 여우 몸을 받아 이리 살고 있습니다. 제가 이 처지를 바꿀 수 있도록 한 말씀해주말씀해주소서." 그러면서 자신에게 던졌었던 물음을 다시 던졌다. "위대한 수행자도 인과에 떨어집니가?"백장이 대답했다. "인과에 어둡지 않다." 노인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우쳤고, 백장은 노인의 부탁대로 그가 벗은 여우 몸을 찾아 다비해 주었다고 한다. (불교를 철학하다 61) 2. 아이고, 미안하다. 네가 어릴 때 엄마가 잘못해서 씨앗을 심어놓은 게 드디어 싹이 나는구나. 그런데 나는 한 100의 과보가 돌아올 줄 알았는데 50..
1. 욕망의 긍정이 진정한 삶의 긍정인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이를 위해선 한 번의 긍정에 또 한 번의 긍정이 더해져야 한다. 진정한 긍정은 이중의 긍정인 것이다. 긍정의 긍정. 첫번째 긍정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긍정하는 것이라면, 두번째 긍정은 그렇게 자신이 긍정하여 선택한 삶으로 인해 야기되는 어떤 결과도 긍정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건 좋아서 긍정한다 해도, 그 가난이나 무명의 세월마저 긍정하는 것이 두번째 긍정이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긍정할 수 없다면, 첫번째 긍정은 진정한 긍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니라 그 선택으로 인해 얻을 경제적 이득이나 명성을 위해 선택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가난해도 좋아, 무명의 화..
1. 만물은 원인과 결과에 의존해 있고 원인과 결과는 그것을 구분하는 언어에 의존해 있다. 실상은 모든 게 연결/관계되어 있다. 2. 원인들의 질서는 끊임없이 자연 전체를 변용시키는, 관계들의 결합과 해체의 질서이다. 그러나 의식적 존재들인 우리는 이러한 구성과 해체의 결과들만을 받아들인다.(스피노자의 철학 34) 3. 스피노자처럼 말하면 우리는 연기적 관계들의 결합을 좋음으로, 해체를 나쁨으로 인식한다. 허나 자연에서는 해체는 결합으로 결합은 해체로 이어져 있어 그 자체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인식에 있어 그러할 뿐이다. 실로 해체되었다고 나쁜 것도 아니고 또 결합되었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그냥 그럴 뿐이다. 자연에서는 그 자체로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하며 현상은 구분을 통해 ..
1. '내가 옳다,' 네가 옳다' 이렇게 시비하는 것이 색입니다. 옳다 그르다 하지만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고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아요. 이쪽저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그냥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른 것이지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이에요. 이 동네에서는 동산이라 하고 저 동네에서는 서산이라고 하지만 이 동네와 저 동네를 떠나서 바라보면 동산도 아니고 서산도 아니에요. 이게 공입니다. 그러니 색은 색이 아니라 곧 공이에요. 공이지만 이 동네 가면 동산이라고 하고 저 동네 가면 서산이라 하듯이 또 색이라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이 산은 동산이 아니고 동산이 아닌 것도 아니고 그 이름이 동산일 뿐/이 산은 서산이 아니고 서산이 아닌 것도 아니고 그 이름이..
우리는 해로운 마음에 휘말려 해로운 성향을 심어 주는 행동을 합니다. 불선한 행동은 행복하지 않은 삶으로 윤회하는 결과를 낳고, 선한 행동은 행복한 삶으로 다시 태어나는 결과를 낳습니다. 하지만 불선한 행동이나 선한 행동 두 가지가 모두 무지로부터 비롯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 즉 자성의 공함을 직접 깨닫는 것입니다. 명상을 통해 자성의 공함에 익숙해지면 다시 태어나게 하는 업을 더 이상 쌓지 않게 됩니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윤회는 자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윤회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그 같은 오해를 인식해야 합니다. 윤회를 일으키는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윤회에서 벗어나는 ..
1. 나의 것이란. 내 것도 아니고 내 것이 아닌 것도 아니고 그 이름이 내 것일 뿐. 2. 내게 필요/소용이 없어 설령 나의 것이라해도 필요한 이에게 내줄 수 있으며 나의 것이란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꼭 쓰임에 따라 소유하는 검소가 무소유. 이름을 따르되 이름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니 소유하여도 소유함이 없는 무소유. 단지 잘 쓰여지길,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3. 물컵은 물컵이 아니고 물컵이 아닌 것도 아니고 그 이름이 물컵일 뿐이다. 물컵이란 이름에 집착해 물만 담으려 한다면 다른 것을 담아야 할때 컵이 있는데도 담지 못한다. 어리석다. 나의 것이란 이름에 집착해 나에게 소용없는 것을 욕심부려 가지려하고 또 나누지 못할때 삶은 불행해진다. 어리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