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생각을 구분하지만 사실은 생각과 분리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은 나와 독립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또한 내 마음이 만든다. 나의 연산작용이다. 내가 본 사실, 내가 들은 사실, 내가 믿는 사실... 이렇게 질문해보자. 누구의 사실이 사실인가? 여러 사실 중에 누구의 사실에 손을 들어 줄 것인가? 우리에겐 서로 다른 사실들이 있을 뿐이고 진실도 거짓도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본/들은 사실은 철저히 나의 책임인 반면 객관적인 사실이란 말은 책임을 회피한다.
T. 원인을 모르는 무지를, 인과론적 사유로 채워버리는 태도. 예컨대 전생을 원인으로, 팔자를 원인으로, 무지를 대체하는 식의 사고방식은 심심풀이 용이 아니라 통치 이데올로기로 이용될 위험까지 품고 있다. 특히 불교에서는 무지를 매우는 인과론적 사고방식은[전도몽상]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라 밝히고 있다. *나로서는 무지를 타파하는 놀이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다. [놀이 수행] 1. 그러면 단선적인 인과 표상에 기반하지 않은 어떠한 사고방식이 전면에 부각될 수 있을까요? 우화, 풍자, 유추, 이야기 등을 생각해 보세요. 이것들은 암덩어리와 같이 도처에 잠입한 인과론적 사유에 의해 유감스럽게도 추방된 설명원리들입니다. 예수도 자신의 말에 강조와 권위를 부여함에 있어서 인과성에 대해서 말한 적 없습니다. 그는 시..
환경이라는 것을 우리의 산물, 우리의 발명품으로 파악하게 만들고 그것을 우리의 책임영역 속으로 끌어 들임으로써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자기 파괴에 다름 아닌 것으로 지각하게 만들고 안팎(우리와 환경)을 고정적으로 나누는 것이 옳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지각하게 만들까? 놀이로] 1. 1972년에 볼프강 프라이저라는 사람이 저를 어떤 생태학 학회에 초대했습니다. 제 동료들은 그 당시 인간으로부터 분리된 하나의 실체로 이해된, 인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환경이라는 것을 막 발견했었습니다. 학회기간 중 저는 연설을 하게 되었는데 '실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저의 목적은 환경이라는 것을 우리의 산물, 우리의 발명품으로 파악하게 만들고 그것을 우리의 책임영역 속으로 ..
움직임 그 자체가 중심이 되고, 움직임은 더 이상 어떤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군요. 1. 진리를 둘러싼 투쟁이 다시는 있지 않도록 하는 그런 내재적으로 윤리적인 언어사용의 특징에 대해서 말을 해 볼 다른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당신은 객관성 필연성 혹은 선악에 대한 정적인 구분에 눈길도 돌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분명하게 만들고 지침을 주는 시각적 비유나 은유가 없을까요? 제게는 춤추기의 비유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겠지요. 영어 표현에 '혼자서는 탱고를 출 수 없어! 탱고를 추려면 둘이여야 해.' 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고 세상과 춤추기를 시도하며 서로를 이끌고 함께하는 것,..
제게는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어린 체스처가 중요합니다. 재미, 유머 그리고 위트가 제게는 가능성들로 여겨집니다. 우리는 파멸적인 사고의 범주들이 뒤로 물러나게 만들고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는 그러한 놀이로 사람들을 초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제 학생들과 약속했습니다. '실재' '사실은' '진리' '객관성'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몇 달러씩 내서 그 돈을 모아 함께 사용하기로 말입니다. 2달러를 지불하기만 한다면 당연히 실재에 대해서 얘기해도 되었지요. 그리고 진리에 대해 언급하면 그건 좀 비쌌어요. [그 단어 또한 저는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 단어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고 있으니까 위에서 언급한 게임의 규칙에 따르면 당신에게 몇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겠지요..
법륜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불법(佛法)에 눈을 뜨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 따질 것이 아니라 그저 서로의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독재자와 군부, 제국주의자, 배타적인 종교 단체나 이기적인 집단……. 그들은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이고 다른 집단이었습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여기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 말해지는 모든 것은 인지하는 기계를 거쳐 지나갑니다. 그러면 그 기계는 입에서 나오는 소음 혹은 종이 위에 있는 긁적임을 가지고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듣고 보고 읽는 다른 사람은 다시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그러한 세계를 산출해 내고요. 누가 과연 진리를 소..
유기체 내부에 도달하는 많은 자극과 인상들이 신경체계에서 하나의 연관(관련)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그게 무엇을 말하는가 하면, 신경체계 속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산출과정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말이지요. 1. 실재표상 [인식은 무엇인가요?] 그러면 지각의 과정은 어떻게 서술되고, 인식은 무엇인가요? 인식은 신경체계 안에서 다양한 느낌들 간의 결합이 생겨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자면, 여기 뭔가가 있어서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발이 여섯 개이며 날개도 갖고 있으며 또 웅웅거리는 소음을 만들어 냅니다. 사람을 쏘기도 하고 그래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걸 뭐라고 부를까요?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은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느낌, 지각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쏘였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냄새 나는, 색이 있는, 소리 나는 세계를 체험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말한 대로 우리의 감각은 우리에게 단지 구분할 수 없는 회색빛 자극만을 양적으로 전달해 준다고 한다면 뭔가 좀 이상합니다. 어떻게 감각기관 내부의 그런 불특정하게 부호화된 양으로부터 댜양한 뉘앙스와 특별한 질을 갖춘 세계가 생겨날까요? 그 질문은 부분적으로 요하네스 뮐러를 통해서 대답이 되겠네요. 어떤 세포를 특정한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다양한 느낌과 경험에 대해서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다양하 세포들이 (감각의 최종기관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세포들이) 자극을 받게 되면 그 자극들은 신경체계에서 서로 서로 상호연관 지어집니다. 그리고는 느낌과 지각의 풍성함이 생겨내게 되지요. 중요한 점은 이런 체험의 풍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