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선가 당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록 내가 무를 믿지만 난 항상 낙관주의자였다"라고요. 그 어떤 일도, 그 무엇도, 우리가 죽을 때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당신을 비닐봉지에 집어넣어 쓰레기 더미 위로 던지면 그뿐입니다. 이해하시겠지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용서도, 신앙도, 종교고 아무 소용없다는 말씀이시죠? [그는 거의 화난 것처럼 언성을 높인다.] 단언컨대, 그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선일 뿐입니다. 나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지만, 종교적인 말들을 믿지 않습니다. 신앙이란 하나의 환영에 불과한 것이고, 종교는 정치인에게만 유용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종교는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하나의 방법이지요. T.S 엘리엇이나 폴 클로델같은 지성인들이 왜 신자였을까요? [침묵...
옛날에 어질고 현명한 왕이 있었다. 연일 국정에 몰두하던 왕이 모처럼 짬을 내 신하들과 함께 사냥을 떠났다. 아침 일찍 떠났다가 저녁에 환궁할 요량이었는데, 사냥에 심취한 나머지 미처 해가 기우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날이 너무 어두워 궁궐까지 돌아갈 수가 없었다. 충직한 신하들은 애가 탔다. 왕이 말했다. 저기, 저 민가에서 하루 묵도록 하자. 신하들은 펄쩍 뛰며 두 팔을 내저었다. 어떻게 전하께서 누추한 여염집에 들 수가 있겠느냐며, 밤길을 재촉해서라도 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왕이 말했다. 내가 저 집에 들어가면, 내가 백성이 되겠느냐 아니면 저 집이 궁궐이 되겠느냐. (문학동네 20호, 1999년 가을, )
집착을 어떻게 내려놓을까? 나는 정말 필요한가 자문한다. 명상을 할 때, 다리가 저리면 다리 저림을 참지 않고, 욕구를 지켜본다. 나는 다리를 피는 게 정말 필요한가 자문한다. 생활하면서,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사고 싶은 마음을 참지 않고, 욕구를 알아차린다. 나는 그 물건을 사는 게 정말 필요한가 자문한다. 만일 고급 시계를 갖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면 갖고 싶은 마음을 참지 않고, 욕구를 알아차린다. 나는 고급 시계가 필요한가 자문한다. 나는 고급 시계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고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는다. 고급 시계로부터 자유롭다. 만일 고급 시계가 상할까바 내 마음이 집착한다면 나는 그것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를 고급 시계와 동일시하는 걸 그만둘 것이다. 나는 그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 ..
욕망은 환타지가 아니다. 심지어 욕망은 환타지를 모른다. 욕망은 잠들지 않는 반면 환타지는 눈을 뜨고 꾸는 꿈이고 욕망은 흐르는데 환타지는 붙잡혀 있다. 욕망은 실재이고 환타지는 마술 같다. 욕망이 펼쳐보이는 세상이 환타지다. 욕망은 아무 의미도 없는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환상적인 세계를 펼쳐보인다. 욕망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환상적인 세계를 가지려는 환타지는 욕망이 아니다. 탐욕은 욕망이 아니다. 환타지에 사로잡혀 맹목적이 될때 욕망은 이미 욕망이 아니다. 환타지와 욕망의 동일시이지 욕망은 환타지가 아니다.
1. 욕망의 대상에 욕망하는 게 없어요. 예쁜 신발이 예쁜 줄만 알았죠. 그런데 말이죠. 예쁜 신발에 예쁘다가 없어요. 친구에게 이쪽저쪽 아무리 보여줘도 예쁘지가 않데요. 친구는 왜 모를까요. 신발이 얼마나 예쁜지. 내 눈에는 잘만 보이는데. 2. 욕망하는 대로 살고 욕망에 집착하지 않으면 어디로 흘러가든 괴로울 게 있겠나. 욕망하는 대상에는 욕망하는 게 없습니다. 나는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아요. 막걸리 말고 딴 술이 없다면, 나는 막걸리도 좋아요. 매일매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