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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신경체계가 개방된 체계라는 테제가 관찰자들에 의해 선택된 특수한 전망으로부터 결과한 것이라고 말씀하는 거군요. 그렇지만 신경체계가 패쇄적이고 관찰자의 선택된 관점의 결과가 아니고서는 투입과 산출에 의해서 의미 있게 서술될 수 없다는 게 선생님 주장이 아닌가요? 분명, 이 두 가정들은 동시에 참일 수는 없습니다.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모순적이니까요.


사실상, 상이한 서술들을 낳게 마련인 두 개의 서로 다른 관찰 시각들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이 두 생각들이 동등하게 타당한 것은 아닙니다. 만일 우리가 신경체계가 개방된 체계라는 전제를 가지고 신경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혀내고자 한다면, 우리는 오도된 접근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따라서 관찰자들은 그것의 작동 방식이 그것의 투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믿을 것입니다. 그들이 환경 속의 외적 자극들로 규정하는 것은 막대한 중요성을 획득할 것이고, 그로인해 그 체계의 내적 동학을 간과하게 될 것이며, 자신들의 서술 영역과 그 체계의 내적 동학을 간과하게 될 것이며, 자신들의 서술영역과 그 체계의 내적 동학의 영역을 혼동하게 될 것입니다. 영역들을 이렇게 혼동하는 것은 신경체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해 줄 수 없습니다. [스피노자가 '사람들은 신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한 것과 같은 울림]
하지만 우리가 만일 신경체계를 폐쇄적인 네트워크로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그것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매개체와 완전히 일치를 이루고 있는 유기체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들이 어떻게 그것의 신경체계에서의 구조적 변화들을 낳고, 궁극적으로 그것의 행위상의 변화들을 낳는지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이상 정보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없고, 그 대신 유기체를 그것이 놓인 환경 속에서 관찰할 때 신경체계의 활동들, 유기체의 몸체와 그 외적 상황들 사이의 이상한 구조적 연동이 세부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신경체계를 폐쇄적인 체계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것은 환경에 대해 완전히 차단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물질과 에너지의 교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러한 교환이 어떤 이유에서건 실패한다면 유기체는 쇠약해져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그래서 외부로부터의 투입은 결코 무시될 수 없습니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필사적으로 그것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신은 열역학과 관련된 물리학자처럼 주장하고 있군요. 당연히 유기체의 신경체계는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에 개방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세포들은 죽을 것입니다. 폐쇄(성)는 물리적 개념이 아닙니다. 단지 내적동학의 자기 준거적 작용을 특징지을 뿐입니다. 특정 영역에서 순환[재귀]하는 과정들은 이 영역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한 체계의 경계들을 한정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결정된 존재로 만드는 체계의 작동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경체계의 폐쇄(성)로 내가 의마하는 것은, 그것의 활동 상태들이 언제나 다른 활동 상태들을 낳으며, 다른 활동 상태들에 의해 유발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다양한 활동 상태들이 모두 신경 요소들의 네트워크들 내부에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함으로 105)

2.

다세포생물이 작업에 참여하는 신경계란 그물처럼 서로 얽힌 여러순환관계들로 된 기제이며 유기체가 조직을 보존하는 데 본질적인 내부 상태들을 일정하게 유지해 준다. 이렇게 볼 때 신경계는 작업적 폐쇄성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신경계란 활동적 구성요소들의 그물체이며 이 구성요소들 사이의 흥분관계에 생기는 변화는 언제나 이것들 사이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온다. 그 가운데 몇몇 관계들을 끊임없는 섭동 속에서 (그 관계들 자체의 역동성과 유기체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변함없이 유지하는 일이 바로 신경계가 하는 일이다. 따라서 신경계는 구성요소들의 흥분관계가 맞물려 변화하는 닫힌 그물체로서 작업한다.
팔 한 곳에 아주 센 압력을 느낄 때 우리는 관찰자로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아, 이 근육이 오그라들어서 내가 팔을 끌어당기게 되는 것이구나!" 하지만 그때 작업하는 신경계 자체의 관점에서 볼 때 일어나는 일이란 (잠수함 속 조종사의 경우와 비슷하게) 다음과 같을 뿐이다. 곧 감각요소와 운동요소 사이의 특정 관계가 잠깐 바깥 압력의 섭동을 받다가 다시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경우에는 유지된 내부 관계가 비교적 간단하다. 곧 감각적 흥분과 근육긴장 사이의 평형이 유지되었다.
신경계의 나머지 흥분상태를 고려할 때 근육긴장의 평형이 일일이 어떻게 규정되는지를 간단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일반적 원칙을 말할 수는 있다. 곧 행동이란 유기체 안의 관계들이 춤추듯 변하는 것을 밖에서 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뉴런들의 응집성이 매순간 실현되는 정확한 기제를 밝히는 것이 바로 연구자가 할 일이다.
이제까지 말한 것들에 비추어 볼 때 신경계의 작업방식은 신경계가 자율적 개체에 통합된 구성요소라는 사실과 완전히 조화함을 알 수 있다. 이 개체의 한 흥분상태는 언제나 또 다른 흥분상태로 이어지는데, 왜냐하면 이 개체의 작업방식도 순환성, 곧 작업적 폐쇄성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경계의 구성양식은 생물의 자율성을 정의하는 작업적 폐쇄성과 모순되지 않으며 오히려 생물의 자율성을 풍부하게 해준다.
이제 인식활동의 모든 과정들이 어째서 유기체라는 개체에, 또 신경계의 작업적 폐쇄성에 근거할 수 밖에 없는지가 차츰 뚜렷해지고 있다. 유기체의 인식활동이란 유기체가 살아가는 구조접속의 영역 안에서 감각작용적 상관관계로서 일어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앎의 나무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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