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벗어난 삶, 또는 자유를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자유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가능한 선택들을 의미하는데 하지만 그 가능의 수들, 선택 가능한 여지가 곧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삶, 또는 자유는 그 조건인 시간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 되야 한다. 만일 나의 자유가 시간과 공간의 불일치를 초래하는 행위를 선택하고, 거듭 주장한다면 그것은 분명 삶을 파멸로 몰고 갈 것이다. 때문에 자유가 삶과 동행하는 것이라면 진정한 자유는 시공간과의 조화만을 요구한다. 그외 가능의 수들, 즉 선택 가능한 잘못된 불일치들의 수는 삶에 역행하는 자유를 의미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은 타당하다. 진정한 자유는 삶과 동행하는 자유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는 시대에 반하는 혁명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때는 조선시대, 주인공 이대길은 집안의 노비 언년이와 반시대적 사랑에 빠진다. 둘은 진실한 사랑을 통해 시대를 앞질러가는 데, 바로 반상(班常)의 구분이 없는 세상을 사유한다. 하지만 이들이 가감히 반시대적 사랑을 선언하자 곧바로 죽음에 내몰리게 된다. 언년이는 대길이의 아버지로부터, 대길이는 언년이의 친오빠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다. 끝내는 언년이의 친오빠가 대길 이의 아버지(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를 죽임으로써 사태는 더이상 확산되지않고 그가 지른 불더미속에 묻힌다. 둘은 헤어지고 시대는 잠잠해진 것이다. 반면 또다른 주인공 송태하는 태평성대를 꿈꾼다. 그는 어질고 착한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 들기위해 원손마마가 유배된..
나를 돌아보는 좋은 방법은 여행이다. 낮선 공간과 새로운 시간 속으로 떠나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 한두달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다. 낯선 공간과 새로운 시간으로부터 이전의 인연들이 다 끊어지니 원래는 내가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별 거 아닌 나에게 누가 별 거 아니라고 비난을 한다해도 흔들릴 게 없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내가 살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돌아온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한두달 끊어졌던 시절인연들이 이어지고 그동안 내가 가진 게 얼마나 대단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별 거 아닌 작은 재주로 정말 많은 사랑과 대우를 받았구나. 내 노래를 들어주는 이들이 고맙고,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가 고맙고, 기타칠 수 있는 손가락이 고맙고, 눈이 고맙고, 귀가 고..
불사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가르쳐주는 것은, 지구네. 지구는 지금까지 살아온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신가. 그런데 불사의 존재인 지구란 놈을 캐어보면 스스로의 실체랄 게 없네.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이 서로 연결되어 둥근 뭉치를 이룬 것인데 그나마 그 몸체를 이루는 연결들은 이것이 끊어지면 저것이 이어지고 저것이 없어지면 이것이 생겨나고 하면서 제 모습을 시시각각 바꾸네. 한순간도 똑같지가 아느니 딱히 실체랄 게 없고 그래도 실체라고 한다면 한순간도 똑같지 않는 그게 바로 실체일세. 오호, 불사가 궁금한 게였지? 그 놈이 얼마나 살았는지는 정확치는 모르지만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말해봄세. 지구가 지금도 숨쉬듯 철따라 시따라 모양을 바꾸는 건 흐르는 강물같다네. 도도히 흐르는 저 강물은 늘 한가지 그대로인 것 같..
1. 옛날에 어질고 현명한 왕이 있었다. 연일 국정에 몰두하던 왕이 모처럼 짬을 내 신화들과 함께 사냥을 떠났다. 아침 일찍 떠났다가 저녁에 환궁할 요량이었는데, 사냥에 심취한 나머지 미처 해가 기우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날이 너무 어두워 궁궐까지 갈 수가 없었다. 충직한 신하들은 얘가 탔다. 왕이 말했다. 저기, 저 민가에 하루 묵도록 하자. 신하들은 펄쩍 뛰며 두 팔을 내 저었다. 어떻게 전하께서 누추한 여염집에 들 수가 있겠느냐며, 밤길을 재촉해서라도 궁으 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때 왕이 말했다. "내가 저 집에 들어가면, 내가 백성이 되겠느냐 아니면 저 집이 궁궐이 되겠느냐." 왕의 존엄은, 저 왕의 비범한 포스는 어디에서 오는가?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왕의 '중도'에서 나온다. 집은 집일 ..
지금은 몇시인가? 지금은 어느 계절인가?
천직은, 하고 싶은 일이 좋아하는 일이며 동시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이 다 다른데 이 세가지가 하나로 일치하면 바로 천직이라 할 수 있다. 자기의 천직을 알고 싶다면, 순서대로,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직접 해봐야 안다. 해봐라. 몸소 해보면 하고 싶은 일을 자기가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막상 부딪쳐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면 자기 몸에 잘 안맞는 옷처럼 벗고 싶은 기분이 들때가 있다. 맞지 않을 옷을 좋아할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잘 맞지 않는 옷을 좋아하면 생활이 불편하다. 맞지 않는 옷을 입으니 거동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잘 할 수 없다. 이때는 다시 다른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한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면서 발품을 팔면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