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은 떠나지 않는 노마드. 수행자는 움직이지 않은 자. 수행자는 결코 도착하지 않는다. 수행은 마음의 몸 만들기 같아서 꾸준히 정진한다. 수행으로 마음은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는다. 늘 자유롭다. 괴롭지 않다. 수행은 [지금 여기서] 유목주의. 1. 결국 중요한 것은 사막이 매끄러운 공간인가, 도시가 홈 패인 공간인가가 아닙니다. 매끄러운 공간은 홈이 패이게 마련이고, 반대로 홈 패인 공간 또한 매끄러운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매끄러운 공간에선 매끄러운 공간에 적합한 삶과 실천을 창안해야 하며, 홈 패인 공간에선 홈 패인 공간에서 다시 매끄러운 공간을 만들어 살아가는 삶과 실천을 창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동일한 공간을 흘러가는 상이한 두 가지 여행이 있다고 할 ..
인생을 살다보면 온갖 일이 다 생겨요. 사람이 죽기도 하고 파산하여 모든 돈을 다 잃기도 하고 엄청나게 배려해줬는데 뒤통수를 맞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신의 뜻도 아니고 전생의 죄 때문도 아니고 우연히 일어난 일도 아니에요. 단지 내가 그 일의 원인을 모를 뿐입니다. (행복 228) 2. 자신의 고유한 관계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신체, 자신의 고유한 관계 속에 존재하는 우리의 영혼, 그리고 각자의 고유한 관계 속에 존재하는 다른 신체들과 다른 관념들이 각각 무엇인지, 그리고 이 모든 관계들이 구성되고 해체되는 규칙들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우리의 인식과 우리의 의식의 주어진 질서 속에서는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요컨대 우리가 사물들을 인식하는 ..
이것은 물론 의식이 환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본성은, 결과들을 받아들이되 그 원인들을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원인들의 질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연장 속의 각 신체, 사유 속의 각 관념과 각 정신은 이 신체의 부분들, 이 관념의 부분들을 포섭하는 독특한 관계들에 의해 구성된다. 한 신체가 다른 신체를 때, 한 관념이 다른 관념을 만날 때, 이 두 관계는 결합되어 보다 큰 능력을 갖는 하나의 전체를 이루든가, 아니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해체하여 그 부분들의 결합을 파괴하게 되든가 하는 일이 일어난다. 살아 있는 부분들의 전체는 복잡한 법칙들에 따라 결합하거나 해체된다. 따라서 원인들의 질서는 끊임없이 자연 전체를 변용시키는 관계들의 결합과 해체의 질서이다. 그러나 의식적 존재들인 우리는 이러..
1. 보통 아이 문제는 잠복했다가 15년쯤 후에 나타납니다. 그러면 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청천벽력 같지요. 인연과보는 즉시 나타나는 것도 있고, 열흘 후에 나타나는 것도 있고 10년 후에 나타나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내 대에 안 나타나고 내 후손 대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나 조상들이 지은 과보를 받는 경우도 있지요. 2. 그래서 마음 속에 원을 세운 날은 '동지'와 같고, 100일쯤 지나서 내 카르마를 아는 때는 '입춘'과 같고, 3년 정도 1000일 기도를 하고 나면 꽃피고 움트는 '춘삼월'과 같아 주위에서 "변한 것 같다"고 얘기하기 시작해요. 3. 그런데 조그만 길게 보면 잘못한 과보는 피할 수 없고, 좋은 일을 하면 그 공덕이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결..
1. "치열한 경쟁시대에 욕심을 버리고 어떻게 이 세상을 사나요?"라고 되묻거나 "욕심을 내려놓았더니 마음은 편안해졌는데, 의욕을 잃고 멍청해지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배고플 때 밥 먹는 걸 욕심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피곤할 때 잠자는 걸 욕심이라고 하지 않지요. 추울 때 옷 입고 따뜻한 곳을 찾는 것을 욕심리아고 하지 않아요. 배가 부른데도 식탐 때문에 꾸역꾸역 먹는 것, 다른 사람이 굶어 죽는데도 나누어 먹지 않는 것, 이런 것을 욕심이라합니다. '대통력이 되겠다' '부자가 되겠다' 하는 마음 자체가 욕심은 아닙니다. 욕심이라는 것은 원하는 것이 크냐 작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하나의 사실을 두고 모순된 태도를 보일 때 그걸 욕심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돈을 빌려놓고 갚기는 싫고..
1.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어요. 첫째, 하고 싶은데 해도 되는 상황, 둘째, 하고 싶은데 못하는 상황, 셋째, 하기 싫은데 안 해도 되는 상황, 넷째,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 하고 싶은데 해도 되는 상황이면 하면 됩니다. 하기 싫은데 안해도 되는 상황이면 안 함녀 그만이에요. 다시 말하면 우리 인생의 절반 정도는 자기 좋을 대로 하고 살 수 있어요. 3. 문제는 하고 싶은데 하면 안 되고,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거죠. 이럴 때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불행을 자초하게 됩니다. 따라서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은 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또 아무리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상황이면 하기 싫은 마음을..
욕심을 내려놓는 것과 현실회피는 다르다. 1. 어느 날 의사 한 분이 힘들고 고단한 병원 일을 접고 멀리 떠나고 싶다며 이렇게 물었어요. "처음엔 아픈 사람을 고쳐주니 보람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괜찮은 직업이고, 또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으니 천직이라 생각하고 의료활동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때때로 의료사고도 겁이 나고, 일하는 것도 재미가 없어서 다 내려놓고 제3국으로 훓훌 떠나고 싶습니다. 그렇짐나 이제 네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딸을 생각하니 고민이 됩니다" 불교에서는 보통 '욕심을 내려놓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잘못 이해해서 현실의 괴로움을 회피하는 것을 내려놓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 그렇다면 내려놓는 것과 현실회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