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일체가 내 마음이 만든다는 점에 주의하면 무상은 내 신체의 부단한 변화가 산출하는 현상이다. "인간은 같은 얼굴을 두번 볼 수 없다." 내가 거울로 내 얼굴을 보면서 우리는 한 순간도 같은 얼굴을 보지 못한다.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신체의 무상한 흐름이 있고 이 찰나 흐름의 연속들이 마치 영화필름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무상한 흐름 속에 신체 감각들이 만드는 풍성한 상호작용. 모든 것이 변한다. 모든 것이 하나다. 늘어나지도 줄지도, 깨끗하지도 더러워지지도 않는 불생불멸의 변화. 2. 완벽하군요. 사이버네틱스와 순환성에 대한 우리의 대담에 대한 참 멋진 결론입니다. 그런데 그런 결론은 끝이 아니라 다시 하나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떤 궁극적인 결말로 나아가기 보다는 또 하나의 시작이..
1.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동안은 사실은 그것을 하기 싫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스피노자 T. 나는 요사이 내가 해본 적이 없어서 또는 잘 할 수 없어서 그 일은 '할 수 없다, 못한다. 혹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동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하기 싫어하는 게 본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는 것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아니니. 2. "먼저 어떤 상황이나 문제가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그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해결책이 있거나 어려움을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그 문제로 고통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해결책을 찾는 것 뿐입니다. 그 문제로 고..
1. 유기체 내부에 도달하는 많은 자극과 인상들이 신경체계에서 하나의 연관(관련)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그게 무엇을 말하는가 하면, 신경체계 속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산출과정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말이지요. (발명품 25) 2. 게다가 우리는 하나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와서 어떤 인상을 남기는가를 결코 알지 못합니다. 일단 이미지들이 우리의 머리로 들어오면, 이후에 그것들이 어떻게 동화되고 흡수되는지는 모를 밖에요. 그것들의 형태를 바꾸지만, 우리는 정확히 어떻게 변형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화가의 잔인한 손 54) T. 우리는 신경체계내에서 하나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형되어 산출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산출된 결과만을 의식할 뿐이다. 신경체계의 산출과정을 통해 산출된 결과가 나는 우리가 일체..
0. 에는 관자재보살이 오온개공을 깨닫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났다고 써있다. 나 역시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오온개공이 무엇인지, 정말인지 나나름의 대답을 탐구해본다. 1. 꽃이 예쁘다. 1-1. 내가 예쁘다고 지각하는 저 꽃은 실체가 없다. 1-2. 저 꽃은 내가 볼 때의 연기적 또는 구성적 연결 관계들일 뿐, 저 꽃은 내가 보는 그대로 독립되어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다. 볼 때는 봄만이 있다. 1-3. 나아가 꽃을 지각하는 것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생겨난다. 연기적 연결망 속에서 물리적 자극을 받은 내 안의 신경체계가 꽃의 지각을 산출한다. 2. 여기서 꽃이라는 대상이 없는 것이 아니므로 유아론이 아니며 또 꽃이라는 대상이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존재론도 아니다. 2-1. 꽃의 지각은 내..
(※ 번호 순으로 읽으세요.) 5. 일체유심[중앙신경체계]조[산출] / 내재성 감각인상의 질적인 차이가 (감각을) 수용하는 장소에서 부호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요하네스 뮐러의 매력적인 통찰을 분명히 하고 나면 감각인상의 질적인 차이가 중앙신경체계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감각인상의 '질'은 제 나름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그곳에서 산출됩니다.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이다 24) 4. 구조적 결정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냄새 나는, 색이 있는, 소리 나는 세계를 체험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말한 대로 우리의 감각은 우리에게 단지 구분할 수 없는 회색빛 자극만을 양적으로 전달해 준다고 한다면 뭔가 좀 이상합니다. 어떻게 감각기관 내부의 그런 불특정하게 부호화된 양으로부터 다양한 뉘앙스와 특별..
1. 앞에서 당신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미지가 당신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지요. 그렇게 말할 때 당신은 어떤 종류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었나요? 모르겠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봅니다. 삶이 당신의 눈 앞에서 펼쳐지고 당신은 그것을 보는 거지요. 그게 전부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이미지들에게 폭격당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마음에 들러붙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미지는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어떤 것은 정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당신이 무엇을 하는가, 그리고 어떤 이미지들이 다른 이미지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따위이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에 대해서 무언가 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서, 스핑크..
"세존이시여! 이 실상이라는 것은 곧 상이 아닌 까닭에 여래깨서 그 이름을 실상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상에서 상 아닌 것을 본다면 여래를 본다"고 한 부처님의 말씀이, 깨달음의 눈물을 흘리는 수보리의 입을 통해 수보리의 언어로 재생된다. "세존이시여! 이 실상이라는 것은... 덧붙여 말하자면, 수보리가 말하는[보는] 실상은 거짓 상이라는 의미에서 허상이 아니다. 실상은 실제 보이는 대로 실상이다. 이 체험을 부인하지 않는다. 단 그 실상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상이 아니라 수보리가 보고 있는 실상이란 점이다. 수보리에게 독립적인 실상이 아닌데 독립적으로 보이므로, 상이 아닌 까닭이고 그 이름이 실상일 뿐이다. 즉 실상으로 분별할 뿐이다. 흔들리는 깃발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본다면[상에서 상 아닌 것을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