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디선가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이유가 정당한 이유는 아니겠으나, 어떤 일이든 이유는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를 침착하게 찾아내어 당면한 사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지성의 능력이다.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심지어 동의할 수 없는 이유인 경우에도 우리는 훨씬 편하고 여유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 급한 일이 있음을 안다면, 그가 자동차를 급하게 모는 것은 자연스런 것이 되며, 무리한 추월조차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니, 화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반면 어떤 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그 일이 벌어진 이유가 내 지성의 능력 밖에 있음을 뜻한다. 즉 "이해할 없어!"는 내 지성의 무능력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것은 자신의 지성이 전제하고 있..
1. 우리는 모두 훌륭한 말을 갖고 태어난다. 이를 '지적 능력의 평등'을 믿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난 안돼"로 시작하는 되먹임을 따라 무능력의 지대로 스스로를 밀고 가게 되기 때문이다. 지적 능력의 차별에 대한 적절한 비판은 지능이나 지성을 비난하는 반지성주의가 아니라 지적 능력의 평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그런 믿음 위에서 '난 할 수 있어'라며 적극적으로 덤벼들고 최대한 몰두하여 '유능함의 되먹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삶을 위한 철학 수업 178)
1. 언어는 감옥이 아닙니다. 언어는 하나의 존재 형식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이자 방법입니다. '언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라는 단순한 표현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다른 공간이, 즉 언어를 넘어서는 [초월하는] 어떤 공간이 - 설령 그곳에 결코 다다를 수 없다 할지라도 - 존재한다고 믿도록 만듭니다. 나는 그렇게 가정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언어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언어를 넘어서 존재하는 어떤 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무의미함을 뜻합니다. 정말이지, 그와 비교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생각해 보세요. '만일 모든 것이 우주의 일부라면, 우리는 도대체 그 우주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까?' 대답은 자명합니다. '내가 가는 곳이 모두 우주이다.' 우리는 분리할 수 없이 더불어 움직입니다. (있음에서 함으로 ..
1. 이것은 슬픈 정념이 욕망들의 무한성, 영혼의 동요, 탐욕, 미신 등을 통합시켜 놓은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슬픈 영혼들이 상납하고 선전하기 위해서 폭군을 필요로 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폭군은 성공하기 위해서 영혼들의 슬픔을 필요로 한다. 어쨌든 이들을 통일시키는 것은 삶에 대한 증요이며, 삶에 대한 원한이다. 은, 모든 행복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불행이나 무능력을 자신의 유일한 열정으로 삼는 원한을 가진 인간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스피노자의 철학 43) 2. 스피노자에게는 의 철학이 존재한다. 정확히 말해 그 철학의 요체는 우리를 삶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모든 것, 우리 의식의 조건들과 환상들에 연결되어 있는, 삶을 거역하는 모든 초월적 가치들을 고발하는 것에 놓여 있다. 삶은 선과 악, 오류와..
1. 다시 말해 당시에는 아무리 위대한 승려라도 봉건사회의 가장 기본 질서인 신분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당시 신라 사회가 봉건제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듯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든 불교는 자본주의 제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찰을 유지하려면 월급을 주고 노동자를 고용해야 해요. 지금 우리가 볼 때는 이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먼 미래 사람들이 본다면 이것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있는 것이지요. 그것처럼 신라 시대나 고려 시대에는 불교마저도 당시 봉건사회의 신분제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런 사회에서 원효는 스스로 노비 신분으로 들어가 스님들의 공양을 해드리는 불목하니가 됐습니다. (지금 여기 깨어있기 167) 2. 부처의 수행공동체는 남녀, 계급, 빈부의 차별이 없는 ..
1. 하지만 이 구절은 명상을 통해서 체험되는 공의 깨달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이지 결코 공을 생각할 수도 없고 명상할 수도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가 '공'이나 '궁극의 진리' 같은 단어들을 말하거나 듣거나 생각할 때는 그것들이 우리의 의식과 별개인 주체와 객체로 보입니다. 한쪽에는 우리의 의식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공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깊은 명상 상태에서는 주체와 객체가 하나가 됩니다. 마치 물속의 물처럼 공과 그것을 인식하는 의식이 서로 구별되지 않습니다. (마음 길들이기 80) 2. 정말이지 우리는 어떤 것이 주어져 있고 존재한다는 바로 그러한 관념이, 그리고 어떤 실재나 어떤 종류의 진리에 준거한다는 것이 불가피하게 언어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매우 명확히 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