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식으로 말하면 감정은 나의 업식이 만들어내는 분별심이며 제법은 공하며, 여여하다. 그렇다면 내 업식을 만들고 변하는 힘은 무엇일까? 내 업식의 변화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만날 때, 즉 여여하게 마주칠 때 업식의 변화는 촉발된다. 반대로 업식에 끌리는 대로, 즉 분별심의 의한 반발로 추동된 감정에 사로잡히면 업식은 더 단단하게 경직된다. 따라서 분별심을 내려놓기는 나의 업식을 변화시키는 능동적 준비이며 이 내려놓기를 통해 여여한 마주침이 촉발되고 업식이 변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시간과 공간에도 자유로운 지혜를, 중도를 발견하게 된다. 인연(因緣) 분별심 내려놓기는 나를 좋은 '연'으로 만드는 길이며 동시에 나는 타자에게 좋은 '인'이 되는 길이다. 이는 해뜨는 언덕에 생기는 음양(陰陽)이 그러하듯 동시..
한 여자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다. 그런데 이 감정은 그 여자 때문에 생겼을까? 그 여자는 나에 대한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따라서 이 감정은 나에게서 나온 내 문제임이 분명하다. 반대로 한 여자를 싫어하는 감정이 생겼다면 이 역시 그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나에게 싫어하는 마음을 생기게 했을까? 이 또한 나에게서 나온 내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는 내가 그의 말과 행동을 인정하고 이해하기조차 싫어하므로 생기는 감정이다. 인정도 이해도 없이 어찌됐든 나는 맞고 그는 틀리다는 마음이 싫어하는 감정을 만든다. 만일 그의 말과 행동을 인정하고 이해한 후에는 싫어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정말로 싫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이별할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싫어하는 감정은..
마뚜라나 그렇다면 무엇이 대안일 수 있을까요? 자유의 황홀한 이점들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그들을 감옥에 가두고 사슬에 묶어야만 할까요? 폭력을 거부하라고 우리가 사람들을 강제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접근법은 결코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내 견해는 이렇습니다. 소위 윤리적 법률과 규범들조차도 성찰의 가능성을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개인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의 토대들을 제거하고 복종을 요구합니다. 더 면밀히 살펴보면 그것들은 폭정을 위한 또 하나의 표현에 불과합니다. 당신은 어떤 세계관이나 삶의 방식이 선택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믿음과 행위들에 내재해 있는 결과들을 그들에게 제시해 줄 수 있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무엇을 하도록 강제하거나, 사..
더 정확히 뜻하자면 "어떤 것도 그 자체로 진리가 아니며, 어떤 것도 그자체로 가치로울 수 없으며, 타당하거나 수용가능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전 글에서 모든 것은 그자체로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라고 간단히 말했다. 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면 약초에 비유해 말했던(명의) "세상에 약초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긍정할 것이다. 또한 약초와 약초 아님을 우리 몸(마음)이 구분한다고 하였는데, 이 말은 우리 몸에 어떤 약초는 좋은 것이거나 나쁜 것이 된다. 덧불여 우리 몸이 변하면 약초와 약초 아닌 것도 변한다고 했는데, 다만 우리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진화의 과정을 염두한다면 우리 몸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변하고 있으나 한평생의 몸은 유한하다. 때문에 한평생의 관점에서 좋은 것과 나쁜 ..
스승이 제자에게 숙제를 주었다. "약초가 아닌 것을 가져오너라" 제자가 돌아와 말했다. "약초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자연의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이를 空이라한다.) 다만 약초와 약초 아님을 구분하는 것은 나의 몸이다. 몸이 변하면 약초와 약초 아님도 변한다. 이는 마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를 두고 一切唯心造라 한다.) '약초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절대긍정이며 절대긍정의 실현은 어떤 것도 약초가 되도록 몸과 마음을 변용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다만 할 뿐이다. 요컨대 두번의 긍정이 필요하다. 절대긍정과 절대긍정을 긍정하는 다만 할 뿐.
천하의 명의(名醫)였던 편작에게는 의사인 형이 두 명 있었다고 한다. 위(魏)나라 왕이 편작에게 물었다. "삼 형제 중에 누가 가장 실력이 좋은가?" 편작은 맏형 의술이 가장 뛰어나며 둘째 형님이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위나라 왕은 의아해하면서 편작에게 편작이 명의로 소문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편작은 목소리를 낮추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맏형은 증상을 느끼기도 전에 환자의 얼굴만 보고도 앞으로 무슨 병이 나타날 것인지를 압니다. 그래서 병도 생기기 전에 미리 치료해 주지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잘 치료해 주어도 병 나기 이전에 치료해 주는 사람들이 고마운 줄을 모릅니다. 그리고 둘째형은 큰 형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환자의 병세가 미약할 때 병을 알아내어 치료해 줍니다. 그러나 환자들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