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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는 뉴런들의 상호작용이 (예컨대 운동뉴런과 감각근섬유의 상호작용이) 이루는 다양한 내적 순환관계를 바탕으로 매순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 엄청난 활동은 (유기체에 대해 독립적인) 섭동작용이 감각부위에 유발하는 변화들(예컨대 피부에 가해진 압력)을 통해 간섭받고 변조된다. 관찰자인 우리는 가장 쉽게 살필 수 있는 바깥의 섭동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이런 바깥의 섭동작용이란 앞에서 지적했듯이 내부의 감각운동적 상관관계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변조할 뿐이다. 이 점은 아주 중요하므로 시각체계의 예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흔히 사람들은 시각을 망막에 맺힌 상의 모사 또는 표상이 신경계 안에서 변환되는 작업과정으로 이행한다. 이것은 ..
유기체가 자신의 환경 안에서 겪는 상태변화를 우리가 행동으로 기술할 경우, 이것은 우리가 규정한 환경안에서 유기체의 운동을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생물 안에는 오로지 상태변화가 있을 뿐이므로, 행동이란 생물 자체가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리키는 어떤 것이다. (신경계가 있든 없든) 유기체의 상태변화는 유기체의 구조에 따라 좌우되고 또 이 구조는 유기체의 구조접속의 역사에 따라 좌우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기체가 자신의 환경안에서 겪는 상태변화는 이 환경과 조화 또는 양립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무엇을 행동으로 보고 무엇을 주위 환경으로 보는가는 이것과 별개의 문제다. 일련의 운동으로 이해된 어떤 행동이 우리에게 적절한 행동으로 보이는가의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그것을 어떤 환경 안에서 기술하는냐에 ..
비유를 하나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잠수함 안에서 한 번도 밖으로 나온 적 없이 평생을 살면서 잠수함을 잘 조종하게 되었다고 치자. 우리가 바닷가에 서 있는데 이 잠수함이 접근해 물 위로 사뿐히 떠올랐다. 이것을 지켜본 우리는 조종사에게 무전기로 "축하합니다. 암초를 피해 수면 위로 멋지게 떠오르셨군요. 잠수함을 완벽하게 조종하셨습니다."하고 말한다. 그런데 잠수함 안에 있는 조종사는 어안이 벙벙하다. "도대체 '암초'가 뭐고 '떠오른다'는 게 뭐지? 나는 그저 지레를 움직이고 단추를 눌러 매순간 계기가 가리키는 것들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생기도록 했을 뿐인데. 언제나처럼 이미 정해진 순서대로 말이야. 난 '조종'이란 것을 한 적이 없어. 게다가 뭘 보고 '잠수함'이라고 떠들어대는 거야?" 잠수함 안의 ..
유기체에게 상호작용의 역사란 구조변화의 역사다. 유기체가 어떤 첫 구조에서 출발하여 이런저런 변화를 거치는 동안 신경계는 유기체가 띨 수 있는 상태들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이 변화에 참여한다. 갓 태어난 새끼양을 몇 시간 동안 어미로부터 떼어 놓았다가 다시 돌려보낸 뒤 관찰해보면 새끼양은 일단 정상으로 발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잘 자라서 뛰어놀며 어미를 따라다니는 새끼양한테서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어린 양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관찰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다른 어린 양들은 머리를 맞부딪치면서 이리저리 뛰고 장난치길 좋아한다. 그러나 몇 시간 동안 어미 곁을 떠나 있었던 새끼양은 그렇지 않다. 장난칠 줄도 모르고 그것을 배우지도 못한다. 그리고 동떨어져서 혼자 지낸다. 이 새끼양에게 무..
신경계가 있든 없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체는 그것이 작동하는 대로 작동한다. 그리고 구조접속의 결과로 그것이 있는 곳에 있다. 우리가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우리가 그런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또 우리가 그렇게 되게끔 개체발생을 거쳐 왔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여기에 쓰인 것을 읽고 각자 이해한 대로 이해한 까닭은 각자의 현재 구조가,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각자의 역사가 자신을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우연이란 없다. (앎의 나무 144) 2.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새로운 정보를 얻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데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