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분별의 마음에는 반드시 심왕과 상응하는 심소의 작용이 있습니다. 심왕心王과 심소心所가 인식의 장에서 같은 대상을 반연하여 아는 마음인 것에는 차이가 없지만, 심왕이 '거울이 전체를 비추면서 낱낱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면 심소는 '심왕이 알아차린 경계 위에다 기억된 갖가지 분별지를 통해 전체의 모습과 낱낱의 모습을 인식하고 다시 기억을 상속시켜가고 있다는 것'에서 서로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심왕과 심소가 같은 대상을 반연하므로 연상緣相이 같다고 하고, 같은 양상으로 알아차리므로 지상知相이 같다고 하며, 연상과 지상이 같기 때문에 심왕과 심소가 상응한다고 합니다. 심왕과 상응하는 심소가 있고, 이들의 작용에서 연상과 지상이 같기 때문에 곧 인식 주관인 심왕과 심소가 상응하면서 인식 대상인 연상과 그 사..
인연인 마음의 알아차림만 놓고 본다면 청정하지도 않고 청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나와 나의 소유를 상대하는 알아차림은 청정한 것입니다. 청정과 물듦의 분별이 분명해졌습니다. '마음의 알아차림'과 '형성된 기억을 동반한 마음작용인 분별지分別智'가 함께 앎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T1000.0 : 인연의 총상인 마음은 그자체로 청정하지도 않고 청정하지 않지는 것도 아니다. 이 인연의 총상인 마음을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이 본다면 청정한 것이고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은 것을 나와 나의 소유로 알아차린다면 물듦이 된다. 일어난 마음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는데 이행하는 마음 씀을 나와 나의 것으로 행하면 선악업을 짓겠고 나와 나의 소유를 상대하는 알아차림으로 행..
이 셋[根,境,識]에 의해서 형성된 '인연의 마음인 앎'은 그 순간의 앎으로 끝나는 앎이 아닙니다. 앎이 흔적을 남기니 기억입니다. 기억된 앎이 셋의 인연에 끼어드는 것을 무명의 바람이라고 합니다. 인연을 기억하는 앎으로 조작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면 무명이 나중에 형성되는 것 같지만 셋의 인연이 앎으로 자취를 남기는 것 자체가 무명이기에, 무명이면서 기억이 되고 기억이 무명을 두텁게 한다고 하겠습니다. 이 상태를 인연이 앎으로 작용하는 장면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인연이 앎으로 드러나 스스로의 얼굴을 알리기만 할 뿐, 앎 그 자체의 형성이 인연인 줄 잊는 앎입니다. 근과 경이 만나서 생기는 앎이면서 앎 그 자체에 대해 무지한 앎이지요. 앎으로 드러나는 마음이면서 깨닫지 못한 마음입..
앎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연은 없습니다. 다만 헤아리지 못한 광대한 인연의 앎이 우리의 의식 너머에서 작용하고 있기에 앎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연이 있는 듯할 뿐입니다. T1000.0 : 인연의 總相이 마음이고 인연의 마음이 앎인데, 혹 우리가 일어난 마음을 자기도 모른다는 것은 한편 '우리의 의식 너머에서 작용하고 있기에 앎으로 들어나지 않는 인연이", 다시말해서 지은 바 인연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마음에서 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내가 지은 인연의 총상이다. 그런데 이 화를 내가 지은 인연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이 화가 화나게한 상대에게 있다고 원인을 돌릴때, 인연의 총상인 마음을 알되 잘못 알아[이를 전도몽상이라 하는데] 번뇌와 괴로움을 만들게 된다. 우리는 지은바 인연을 모른다.
'거울'도 '거울에 비친 모습'도 '앎'도 앎[識]으로 인해서 비로서 알려집니다. 알면서 동시에 알려지는 것이므로 앎은 스스로를 알려진 사실로 드러낸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앎은 거울이 아는 것도 아니고 모습에 의해 알려지는 것도 아닙니다. 거울과 모습이 만나 앎이 형성될 때 앎이 인연의 얼굴로 드러나면서 거울과 모습도 함께 알려집니다. T1000.0 : 있음에서 함으로. 있음은 오직 함을 통해 알려진다. 거울과 거울의 비친 모습은 거울과 모습을 있고 그것이 비친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비친 그 모습을 통해 비로서 거울과 거울의 비친 모습이 알려진다. 우리는 함의 세계를 살고 있으면서 있음의 세계를 고집한다. 또한 함이란, 앎이란 거울과 거울의 비친 모습이 둘이 아닌 하나일때만이 가능한 것으로 ..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은 마음으로 인연의 총상總相이 되면서도 다름을 담아낸 별상別相도 됩니다. 다름을 담아내는 마음의 다름이 인연이 되면서, 일어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연이 된 마음은 청정하지도 청정하지 않지도 않습니다. 상대되는 개념이 형성될 수 없지요. 마음 거울에 비친 모습들의 흐름이 마음을 마음이게 하면서 동시에 모습들을 모습이게 합니다. 마음도 모습도 거울 속에 함께 있지요. 함께 있는 마음과 모습이 자취를 남기는 것은 비추는 역할을 하는 마음이 아니라 비춘 것을 알아차리는 마음의 활동에 있습니다. T1000.0 : 스피노자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원인들의 질서를 모르기에 결과만을 인식하게 된다. 여기서 원인들이란 원인들의 무한한 연쇄이며 불교의 용어로 말하면 인연이다. 따라서 원인들의 무한한 ..
업식을 저자들의 용어와 회통의 관점에서 풀어보자면, 의식意識의 다섯가지 작용인 업식業識, 전식轉識, 현식現識, 지식智識, 상속식相續識에서 업식이라는 코드가 전식의 '코드화'와 현식인 '재코드화'가 되어 지식의 분별을 이뤄 상속식을 이루는 '재영토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중요한 것은 이 작용이 순차적인 것이 아니라 한 모습이며 한 모습을 관점별로 풀어본 것이란 것과 탈코드화 탈영토화가 이뤄지는 때는 지식이 상속되지 않는 시점, 즉 기존의 가치, 코드가 상속되지 않도록 탈코드화하여 탈영토화하는데, 탈코드화와 탈영토화가 따로 있지 않고 코드화하는 것과 영토화하는 것이 동일하다는 것. 즉 주체도 없고 대상도 없고 다 마음의 장[심왕]에서 일어나는 마음작용[심소]이다. 탈코드화와 탈영토화는 항상 일어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