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어릴 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식이 흐려져서 그런 거니까, 그냥 '어머니가 연세가 드셨구나, 어린 시절이 그리우신 거구나.' 생각하면서 어머니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면 돼요. 꿈을 꾸듯 하는 이야기를 잘했니, 못했니, 고치라느니 따질 일이 아닙니다. 상대는 무의식에 빠져 하는 이야기인데, 괜히 거기에 시비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치매기라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서 5살, 7살짜리가 되어 엄마를 그리워하고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겁니다. 8살짜리가 되어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할 때는 "네, 친구가 보고 싶으세요?"해야지, "죽은 친구가 뭐가 보고 싶어요?" 이렇게 따지면 안 됩니다. 그냥 "그러세요, 네."하고는 차 타고 한 바퀴 돌다 들..
1. 그러자 부처님은 옳다 그르다 말하지 않고 빙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의 말이 맞다면 강에 사는 물고기가 가장 먼저 하늘나라에 나겠구나."(인생수업 72) 2. 저의 바람은 내 말을 (나의 언어를) 잘 구사해서 정치가 됐건, 과학, 시 혹은 무엇이 됐건 모든 대화 속에 나의 윤리가 내재되도록 하는 것, 그래서 내가 어떤 문장을 말하더라도 늘 점잖은 사람으로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려 하지 않는 사람, 자신을 재판관이나 경찰과 같은 지위로 끌어 올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각자의 여지를 부여하는 그런 점잖은 사람 말입니다. 이게 제가 궁긍적으로 올바른 언어와 설명형식을 말하기 위한 어떠한 범주도 어떠한 목록표도 언급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발명품이다 59) 3. ..
명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엇ㅂ어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 생각은 수없이 반복되어도 그 생각에 빠지지 않고 다만 호흡에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여실히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 좋다 239) 2. 명상을 예로 들어봅시다.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다리가 저리고 몸이 가렵고 온갖 통증이 일어납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싫은 느낌을 다만 느낌으로 보는 것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어떤 느낌도 일어났다가 사라짐을 온전하게 체험하면 느낌에 초연해집니다. 이렇게 이치를 바르게 이해하고 몸과 마음을 통해 경험하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아는 것[보는 것]이 수행의 출발점입니다. (261)
흔히들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을 때 하지 않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자유가 속박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상황이 나를 얻압하는 것이 아니라 좋다 싫다는 내 마음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속박하는 것입니다. 좋다 싫다에 매여 있는 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좋다 싫다에 구애받지 않는 언제나 지금 이대로 좋은 삶이어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의 인생이 훌륭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좋다 211) T. 흔히들 생각하는 자유는 욕구와 연관돼 있다. 욕구가 이뤄지는 여부에 따라 자유롭다고 생각한다면 결국엔 반쪽만의 자유이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때가 언제나 있으니까. ..
1. 상대의 말이 덮고 있는 감정을 읽고, 감정이 덮고 있는 상대의 욕구를 읽는다. 2. 아내가 나에게 바뀌길 '바라는 게' 많다고 느끼고, 내가 그 점이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나는 아내에게 바뀌길 바라는 것이 없으니 당신도 그리하라는 나의 생각이 내재해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역시 바뀌길 바라는 것이 없도록 '바라고 있으니' 아내와 마찬가지 입장인 것이다. 마찬가지 입장인데도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한번 다를 뿐임을 상기한다. 아내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자.
1. 스피노자는 '욕망을 의식을 수반하는 욕구'라고 정의한다. 여기에 힌트를 얻어 나는 '생각에 의존하는 욕구'라 정의한다. 가령 유럽 여행을 가고 싶은 욕구,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욕구는 신체에 기초하는 욕구와 달리 생각에 의존하는 욕구라고 구분 지을 수 있겠다. 2. 우리는 우리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에 소질이 있는지 모른다. 해보기 전에는 알지못한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려면, 해봐야한다. 발견 즉시 잘하도록 결정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반면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싶은 욕망은 잘 알고 있다. 생각에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생각에 의존해 있다보니 하고 싶은 게 잘하는 것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해서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주저없이 할..
1. 어린 아이였던 저에게 이미 마술의 본질이란 이중바닥이나 거울 속임수 같은 트릭으로 작업하는데 있지 않다는 점이 분명했습니다. 마술이란 오히려 마술사가 관중과 함께 하나의 놀라운 세계를 발명해내는데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술사는 어떻게 그런 놀라운 세계가 생겨나는지를 아는 사람인 것이지요. (발명품 208) 2. 마술과 인식에 대한 당신의 이해 간의 연관성이 제게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마술사란 원래가 (인식론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진부한 실재론자이지 않습니까? 그가 하는 일은 현실적인 실재를 전제로 하고서 착각을 만들어 내면서도 자신은 그 착각이 실재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런 사람 아닌가요. 토끼가 사라지고 미인이 톱에 잘리고 등등 그는 비실재적인 것을 만들어 내면서 동시에 그..
불편함이 창조로 이어지면 그것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지만, 열등하다고 느끼면 죽어 버리거나 죽여 버리고 싶은 쪽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열등의식은 병입니다. 열등의식이나 우월 의식은 모두 일종의 정신 질환입니다.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구를 하게 되어 그것을 보충하도록 만들어 나갑니다. 인간이 말이나 타조처럼 빨리 달렸다면 자동차를 발명하지 않았겠죠.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느리기 때문에 동물처럼 빨리 달리기 위해서 연구를 한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이 갖고 있는 신체의 그 어떤 것도 열등한 것은 없습니다. 존재에는 열등한 것이 없다 하여 '존재는 구족하다, 다 갖추어져 있다.' 이렇게 얘기하지 않습니까? (답답하면 99) 2.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라고 해서 다 열등의식이 있는 것..